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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썰

2024년 상반기 삼성전자 최종합격 썰 (1)

by 메모장 주인 2024. 7. 1.

2023년 하반기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 복기(불합격)를 1편, 2024년 상반기 복기(합격)를 2편에 다루겠다.

사실 누군가한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단순히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취준을 했는지 기록해 두기 위함이었지만,

내가 그러했듯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체공개를 하겠다.

 

나보다 잘난 사람이 대기업에 합격했다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갖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기에 내가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었는지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자면

 

과학기술원 화학공학 학사 졸업(카이스트 아님, 2년을 휴학 걸어놓고 변리사 공부하다가 런)

학점 3.8/4.3

오픽 IM1

교내 촉매 연구실 2개월 학부생 인턴

 

이게 전부다. 초라하다.

반도체 관련 경험이나 스펙은? 없어서 안 썼다. 농담이 아니라 0개다.

돈만 주면 이력서에 한 줄 써낼 수 있는 양산형 스펙인 온라인 강의조차 듣지 않았다.

 

다만 평범한 공대생들보다 조금 특별한 경험이 있다.

변리사를 공부하는 기간 동안 나는 사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유튜브를 많이 봤다.

그러다 짧은 클립을 재미있게 재가공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저걸 취미로 하고 싶다 생각했다.

학교에서 어도비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주기 때문에 비싼 편집 프로그램에 대한 진입장벽도 없었다.

일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편집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독학했다. 그 결과,

 

동영상 플랫폼 방송인 겸 유튜버의 편집자

 

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내 변리사 공부 기간과 맞바꾼 경험이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해당 방송인이 본인의 방송 이벤트 날에 사용하기 위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줬다.

학부에서 C++ 1년, Python 1년씩 배웠던 경험을 토대로.

나 때는 구글에 대가리 박으면서 공부했는데, 이때는 Chat GPT에 특정 기능을 원한다고 하니 뚝딱 만들어줬다.

간단한 기능만 할 수 있는 exe 프로그램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자소서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경험 이라는 것을 추가로 써낼 수 있었다.

 

2023년 하반기의 기억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 보겠다.

취준을 삼성전자만 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만 기록하겠다.

다른 기업은 마지막에 조금 정리하는 방식으로.

 

9월 (서류)

변리사 공부하다가 런하고 복학했고, 그냥 조용히 졸업해서 어디든 취직하기로 했다.

내 친구들 중 취업을 선택한 친구들은 100% 대기업에 갔기 때문에 나 또한 가만히 있어도 당연히 대기업에 갈 줄 알았다.

같이 졸업하는 친구가 나에게 삼성전자가 9월 중순 즈음에 서류전형이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영어성적이 필수라고 한다.

당장 같은 지역 내 오픽 시험장을 검색하니 7일 뒤의 시험이 제일 빨랐고,

결과 또한 3일 만에 나와 삼성 서류 기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었다.

 

삼성전자 오픽 커트라인을 보니 IL 이상이면 된다. 웬만하면 IL 보다 낮은 등급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시험 3일 전부터 유튜브 1시간씩 보면서 문제 유형만 공부하고 시험을 다녀오니 IM1을 받았다.

난 이제 이 성적으로 취준을 한다.

 

학교 취업 관련 단톡방에 삼성전자 재직 중인 선배가 후공정 부서를 홍보한다. 흥미가 생긴다.

전공정 후공정이 뭔지도 모른다. 일단 구글링을 해 보니, 전공정 이놈 확실히 어렵다.

내 목표는 후공정이다.

 

직무 설명서를 봐도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 제일 있어 보이는 걸로 고르고 그거에 맞춰 자소서를 썼다.

자소서 내용? 솔직히 저 스펙에 아무 경험도 없는데 뭐 자랑할 게 있겠는가.

내 스펙을 서술해야 하는 항목엔 적당히 특정 과목에서 1개월 했던 프로젝트, 연구실 인턴, 프로그래밍 경험 이 3개만 썼다.

 

10월 (GSAT)

서류 합격했다.

솔직히 합격할 수 있을지 몰라서 GSAT 공부는 뒤로 미뤄놨었다.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국룰은 해커스의 파랑이, 하양이라고 한다.

이 2권의 책을 베이스로 잡고, 본인이 원하면 다른 책을 더 풀어도 된다고 한다.

난 위포트 책도 구매해서 총 3권의 책을 회독했다.

(다만 이때 추리 문제 유형이 조금 바뀌었는데, 위포트는 1년에 한 번 발행하는 책인 이유로 신유형 반영이 안 됐었다)

 

마지막 학기였기 때문에 시간은 많았다.

점심쯤에 일어나 밥을 먹고 도서관으로 출발하여 밤 12시까지 공부하는 것을 3주 반복했다.

3권의 책을 각 2회씩 회독하고,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문제도 1회씩 풀었다.

 

GSAT 가채점 결과는 42/44. 무난한 합격 선이라고 생각하여 바로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11월 (면접)

 

후공정이 진짜 공부 자료가 없었다.

같은 부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오픈카톡방에 들어가니, 모두가 하이닉스의 후공정 뉴스룸을 보고 공부한다.

나도 그들을 따라 같은 것을 보고 공부했다.

솔직히 관심을 가진 지 1개월 남짓한 분야라서 그런가, 정독했음에도 크게 이해가 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다 친구가 삼성전자 PT면접 대비용 전공 공부 책을 샀다고 해서 그것을 빌려 봤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 이후부터 직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는 PT면접을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직무면접은 봐야 하니 그러려니 하고 공부했다.

이것도 어려운 얘기가 있었으나, 하이닉스 뉴스룸 자료에서 이해되지 않던 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반대로 하이닉스 뉴스룸이 이해되니 이 책의 어려운 부분이 다시 이해됐다.

 

면접스터디? 관심 없었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데에 거리낌은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긴장해서 말문이 막힌다거나, 상대방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등의 이슈가 있는 사람은 면접스터디를 하면 좋겠지만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다.

면접스터디에서 예비면접을 제외하고서라도 관련 뉴스 공유 같은 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물을 수 있다.

전공정 분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난 후공정이다. 아까 말했듯, 열심히 검색해도 공부 자료가 몇 없었다.

이렇다 할 새로운 자료가 없는데 뭘 공유해서 뭘 공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은 면접스터디는 과감히 포기했다.

 

11월 10일에 GSAT 결과가 떴다. 당장 6일 뒤 오전 6시 30분까지 면접 보러 오라고 한다.

솔직히 당황했다. 조금만 더 공부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사실 시간을 더 줘도 새롭게 공부할 게 없었다.

PT면접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면접 기간의 첫날 첫 타임. 일단 PT면접이 있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복습했다.

 

면접날 대기장소에 도착. 아뿔싸. 이번 시기부터 다시 PT면접이 부활했다.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컨디션일 것이다.

내가 쥐뿔도 없지만 있어 보이는 척으로 서류를 통과했던 것처럼, 최대한 있어 보이게 문제를 풀었다.

그 이후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눈 떠보니 PT면접을 끝냈고, 또 잠깐 있으니 임원면접을 끝내고 집으로 갈 시간이다.

 

개인적인 평으로 PT면접은 하~중하, 임원면접은 중상의 결과라고 예측했다.

 

PT면접 문제를 솔직히 제대로 풀지도 못했으며, 자소서에 적힌 경험에 대한 딥한 질문 2개 정도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난 Chat GPT를 이용해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해봤을 뿐인데, 마침 프로그래밍 직무 팀장 분이 면접관에 계셨다.

조금만 관련 이야기를 하시려고 해도 애초에 나는 면접관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조차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지원한 직무에 크리티컬하게 관련된 특정 키워드를 정의해 보라고 하셨는데...

이건 내 흑역사다. 경쟁자들이 같은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도 내가 했던 대답보다 퀄리티가 나을 거라고 100% 확신한다.

면접관님들의 표정이 안 좋아지시는 게 내 눈에도 보였다.

 

다만 임원면접은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면접을 기다리던 대기장소에서 내 옆에 계시던 분과 스몰토크를 했는데, 그분은 엔솔 현직자셨다.

삼성전자는 이직자를 굉장히 깐깐하게 본다고 한다. 본인은 현재 3번째 면접인데, 지금까지 전부 압박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분이 나보다 먼저 면접을 보고 나왔는데, 이번에도 표정이 좋지 않으셨다.

나도 조금 긴장된 상태로 임원면접에 임했지만, 오구오구 해주는 분위기였다.

 

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선택하였는지, 왜 변리사를 공부하다 그만뒀는지 등

내가 예상한 질문들이 나왔고 준비한 대로 대답했다.

어떤 말을 해도 기분 좋게 웃어주셨다.

 

면접 이후 여러 방면으로 검색을 해보니 PT면접보다 임원면접이 비중이 더 크다는 찌라시가 많았다.

비록 PT면접은 망쳤지만, 임원면접을 나쁘지 않게 봤으니 나도 가능성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12월 (결과)

떨어졌다.

아무래도 임원면접을 잘 본 게 아니라, 마냥 웃어주시는 분들이었나 보다.

삼성전자 2024년 상반기 공채를 다시 노리되, 솔직히 지금 스펙으로 합격하는 게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면접을 다니면서 느낀 것이, 내가 인턴 경험이 있거나 하다못해 온라인 강의라도 들었으면 면접장에서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어 이런 식으로 공부했다"라는 식으로라도 얘기할 텐데 나는 그저 프로그래밍 조금 해본 화공 학사에 불과했다.

 

평범하게 취업을 목표로 여러 활동을 한 경쟁자들보다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졌으며,

프로그래밍 수준 또한 학부시절 공부한 적 없는 화공 졸업자들보다 잘한다 뿐이지 컴공 졸업자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해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즉, 내 유일한 스펙이 취준시장에서 자랑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일단 어떤 스펙을 보완할지 고민하며 12월은 아무것도 안 하고 흘려보냈다.

그간 삼성전자만 준비한 게 아니라 다양한 기업에 서류를 제출하고 인적성을 보고 면접을 다니느라 여러모로 피곤했다.

다만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다.

일단 서류만 합격하면 AI면접, 인적성 등 면접 이전의 전형에선 떨어진 적이 없는데, 항상 면접만 다녀오면 떨어졌다.

사람 대 사람끼리 만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노력했는지 알려주고 나면 내가 별 볼 일 없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란 걸 바로 알아채는 모양이다.

 

이런 것들을 깨닫고 보니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졌다.

나는 확실히 아무것도 안 했다. 그러나 당연히 대기업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다음 삼성전자 면접에서 도움이 될지 생각만 하며 12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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